그리스에서 출발한 재정적자 위기는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칼 등 최근에는 또다시 헝가리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불안감이 연일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유로화 하락과 유럽 경제의 불황이 장기화되면 미국과 아시아 등 우리나라 경제 역시 동반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얼마 전 일본 증시는 1만엔 선이 무너졌고, 미국 다우지수도 1년 만에 최저치까지 폭락하는 등 유로존이 갈피를 잡지 못하자 공동 통화인 유로화에 대한 신뢰도도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이러한 유럽 재정위기와 유로화 약세는 최근 성장세를 누려왔던 아시아 시장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고, 향후 한국 수출경제에 대한 극심한 타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과연 유로화는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달러화는 지난 1944년 브레튼 우즈 체제가 도입된 이후 전세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해왔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제도’였다.

미국의 달러화만이 금과의 일정교환비율을 유지하고 각국의 통화는 달러와 기준환율을 설정하여 대부분의 국가들은 외환보유액을 달러로 보유하고, 달러 자산에 투자하여 자국 통화가치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지속적인 달러화의 약세와 상대적인 유로화의 강세로 서서히 유로화가 기축통화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들이 제기되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이후 달러화의 입지에 큰 타격을 받게 되고, 유로는 2007년 이후 엔화를 제치고 세계 2위 통화로서의 입지를 굳혀 달러와 유로를 주축으로 한 새로운 경제 질서가 탄생하게 된다.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그 위상이 많이 약해지자, 상대적으로 유로화는 국제통화로서의 위상이 제고되고 향후 달러화에 필적할 수 있는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유럽국가들의 채무위기로 촉발된 유로의 위기가 점차 확산되며 기축통화로서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은행들이 작년 말부터 유로를 기피하기 시작했으며 유로의 미래에 대한 우려는 점차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단일통화라는 성격상 유로화 가치가 중간단계에서 형성됨에 따라 그리스와 같은 부실한 국가들이 고평가되고, 독일 같은 건전한 국가들은 저평가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유로권내에는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들이 공존함으로 유로권 전체로 보면 대외수지는 균형에 가깝다. 따라서 유로화 가치의 대외균형 조절기능은 상실된다.

독일과 같은 경상수지 흑자국은 유로가치가 상승하지 않아서 흑자가 누적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지만, 그리스, 스페인 등 경상수지 적자국들의 경우 유로통화 가치가 충분하게 낮아지지 않기 때문에 적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된다.

유로존을 이끄는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했던 독일과 프랑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유로화 이후 독일은 강세통화인 마르크화를 포기하고 유로화를 선택함으로서 환율이 평가절하되는 효과를 누렸으며 상당한 수출증진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2000년 중반 이후 달러화 대비 환율이 연일 높아지면서 수출기업이 다수인 독일 기업들이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고 독일 국민들은 자신들의 세금으로 유로의 다른 국가들을 지원하는 데에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유로화의 약세로 인한 달러의 평가절상은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환손실 타격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유로화의 위기는 세계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유로화가 한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유로존 국가들의 금융위기로 주가급락, 원달러 환율 상승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만 그리스발 재정위기가 확산된다 하더라도 국내 전염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와 상당량의 외환보유액(3000억 달러 이상)으로 어느정도의 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국내 금융회사들의 유럽에 대한 채권규모와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되나, 유로지역에 대한 수출 둔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유로존을 넘어 미국으로 번질 경우에는 대외변수에 취약하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외환시장의 개방도가 높아 원화가 대외환경 변화에 과민하게 반응하며 단기적인 시장 충격에도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 원화가치가 예상외로 떨어질 경우 수입물가 상승으로 물가 불안이 이어지고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자금흐름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에서부터 달러 유동성 공급, 통화스와프 등 단계별 대응방안을 마련해 둬야 한다. 그리고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국제통화질서가 기축통화인 달러화 중심에서 유로화, 위안화로 다변화될 것으로 예상돼 달러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외환보유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보유액 규모가 크고 기축통화 경쟁이 심한 동아시아 지역에 속해 있어 향후 미국과 유로, 중국이 국제통화 시장에서 우위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경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큰 불안요인이 야기될 것이므로 이에 따른 철저한 준비가 절실히 요구된다.